[책] 얼음 나라에 사는 아이슬란드인
어제 발송됐다던 책들이 오늘 도착해 있었다. 주문하고 그 다음날 바로 배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 기다려야 했지만, 책의 구성이나 내용은 두께에 비해 무척 흥미롭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도 멋진데다가 '헤키아 화산 모자 가면(!)' 이나 '쉬르치즈' 같은 것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비밀이지만, 트롤의 제작법도 비밀리에 수록되어 있는 것 같고 (ノ∀´)

그런데, 다 좋지만, 실은…… 삽화가 네임펜으로 대충 끄적거려 놓은 것 같은 거. (표지에서 눈치챘어야 하는건데) 쳇. 고래가 잔뜩 나오는 고래그림 페이지만 마음에 들었다.

책 가격은 20% 할인받고 6,000원.총점은 별…… 2,296.14km 정도?
by Hazhi | 2007/05/23 16:22 | I♥ICELAND | 트랙백
♪ Björk Guðmundsdóttir - Bílavísur

역시 앨범 Gling-Glo에 수록된 곡으로 10번트랙이다. 가사가 간단하길래 골랐더니 뭔가 미묘한 문제가……. (汗)

Bílavísur는 직역하자면 '자동차에 관한 4행시' 쯤으로, 실제 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4행규칙을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AABC 형태의 압운또한 가지고 있다. 영어 번역에는 Carsong 으로 되어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는 '4행시 힌트'가 아쉽다. 4행 형식은 영시에서도 가장 애용되는 스탠자(stanza)로, 흔히 Four line stanza, Quatrain 과 같은 대응되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song에도 '시'라는 뜻이 있긴 하지만, 구지 그렇게 번역한 것은 역시 압운의 감각이 없어서일까? 뭐 그래도, '자동차 4행시'보다는 '자동차노래'가 더 귀엽다.

그런데, 어차피 번역을 거치면 시적 효과따위는 슬쩍 사라지고 마는게 현실 (ノ∀´)

영어로만 불렀어도 살짝 유치원 -┏ 이었을 정도로, 가사는 간단하다. 하지만 활용 빈도가 높은 단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괜찮으면 아이슬란드어 가사를 한번 진지하게 훑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 근데 역시 끝날 무렵에 흥-흥- 하는 마무리가 진짜 귀엽다 (´ρ `)

♪ Björk Guðmundsdóttir - 10_bilavisur.mp3

BíLAVíSUR

Ertu að koma?
Já, elskan min góða
alveg hreint á minútunni
hæ - ertu á nyjum bíl?

Alveg ertu ágetur
agalega sætur
að etla bjóða mér
það er alveg hreint í stil

En ef að það snjóar
þá erutil nóga
keðjur sem að koma okkur
óhult um alla leið

Elskan hann Dóri
minn sterki og stóri
hann styrir svo vel
þótt gatan sé ekki breið

Ó - Þarna er hann!
já, og flott skal það vera
og Ford model nitjan hundrað
og-ég-veit-ekki-hvað

Uppi hann stig ég
á ástarvangjum flíg ég
og uppi Mosfellssveit
fer í ævintyraleit

Með handþösku stora
ég hallast að Dóra
æ. gormurinn i framsætinu
stakk mig á versta stað!

En það er nú svona
að þreyja og vona
En þetta lagast fljott
Dóri minn sérrum thað

Keðjan er slitinn
og skellur í bilnum
skríddu undur bilinn, Dóri
greyið mitt flyttu þér

Ertu alveg óður?
ó jé minn góður!
þarna reifstu sokkinn minn
álfurinn minn ég fer

Aldrei aftur út med þér
aleinum - ég sver i ég
hef aldrei á æfi minni
ekið um á slikum bíl

O núna springur
og í honum syngur
og a endanum stingst
hann í moldar-haug

 



CARSONG

Are you coming?
yes my dear
right this minute
hey - you have a new car?

You're really great
and very sweet
to be inviting me
that's a really great style

And if it snows
we have plenty of
snowchains to get us
safely all the way

The lovely Dóri
my big and strong one
he drives so well
though the road is not wide

Oh - there he is!
yeah, and it's gotta be cool
and a Ford model nineteen hundred
and-I-don't-know-what

I step up into him
and I fly on wings of love
and on to Mosfellstown
in an adventure-hunt

With my big handbag
I lean against Dóri
a spring in the front seat
stung me in the worst place!

But that's how things are
you suffer through it
but I'll be better soon
my Dóri makes sure of that

The chain is worn
and broke under the car
crawl under the car, Dóri
try and hurry up

Are you completely crazy?
oh yes my goodness!
there you've torn my stocking!
my dear, I will

Never again go out with you
alone - I swear that I have
never in my life recalled
riding in such a car

Oh now the tire burst
and the noise!
and in the end it runs right
into a heap of mud

by Hazhi | 2007/05/22 01:51 | I♥ICELAND | 트랙백
후미코의 발<4>
후미코의 발<1> 후미코의 발<2> 후미코의 발<3> 에 이어집니다.

  그후 저는 거의 매일 인쿄의 집에 드나들었습니다. 학교에 있어도 후미코의 발이 시종 눈에 아른거려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쿄 집에 가서 부탁받은 일에 정성을 쏟는 것도 아니었고, 그림은 그저 적당히 둘러대고 후미코의 발을 바라보며 인쿄와 둘이서 찬미의 말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쿄의 병폐를 잘 알고 있는 후미코는 지루한 모델을 하면서 때때로 싫은 얼굴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만, 그저 대개는 잠자코 두 사람의 말을 흘려 듣고 있었습니다.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그리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정신이 이상한 노인과 청년의 네 개의 눈에서 쏟아지는 황홀한 시선 - 당사자로선 기분 나쁜 시선 - 의 표적이 되어 숭배 받는 모델이니 후미코의 입장도 꽤나 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아름다운 발을 갖고 태어난 것이 엉뚱한 성가심이 아니겠습니까? 평범한 여자라면 이런 당치도 않은 역할을 거절했겠지만, 그런 쪽엔 영리한 후미코인 까닭에 얌전히 노인의 장난감이 되어 시치미를 뗴고 있었습니다. 장난감이 되었다고는 해도 그저 맨발을 보여 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상대가 까무러칠 정도로 기뻐하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처럼 쉬운 역할도 없을 겁니다. 

 인쿄와 저 사이에 허물이 없어짐에 따라 인쿄는 점점 그 병폐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종의 호기심에서 노인의 관심을 그쪽으로 끌기 위해 더욱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제 쪽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게걸스러운 성향을 고백할 필요가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과장해서 과거의 추한 경험을 얘기하여 인쿄의 머리 속에서 될 수 있는 대로 수치의 관념이 제거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저는 타인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단순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가슴속 깊숙이 잠재된 억누를 수 없는 욕구가 치솟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인쿄와 동행자가 되어 함께 꺼림칙한 감정의 밑바닥을 더듬으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저의 고백을 듣자 인쿄는 심히 동감하며 그와 비슷한 자신의 경험을 꾸밈 없이 얘기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육십여 세란 기나긴 세월의 경험은 우스꽝스러움과 추태와 기발한 점에서 저보다도 훨씬 풍부한 재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것을 일일이 여기에 쓴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전부 생략하겠습니다. 단지 그 기발한 일례를 든다면 인쿄가 모델판대신 사용한 대나무 걸상은 이번에 처음 이 방 한가운데 갖다 놓은 것이 아니라, 그가 전부터 종종 밀폐된 이 방안 걸상에 후미코를 앉혀 놓고 자신은 개 흉내를 내며 그녀의 발에 달라붙었던 적도 있다는 것입니다. 후미코에게 주인 어른으로 대접받기보다는 이런 흉내를 내는 것에 훨씬 쾌감을 느꼈다고 인쿄는 말했습니다.
 

 마침 그 해 3월 말 인쿄는 정말로 은퇴를 하기 위한 절차를 끝내고 전당포를 딸 부부에게 넘겨준 후 시치리가 해변 별장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당뇨병과 폐결핵이 점점 심해졌기 떄문에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습니다만, 실은 세상 사람의 눈을 피해 후미코와 아무 거리낌없이 맘껏 희롱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별장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쿄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에 표면상의 이유는 결국 진짜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병에 대해서 꽤 강한 사람으로 당뇨병이라고 하는데도 술을 많이 퍼마시니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게다가 당뇨병보다는 폐병이 우려되는 상태가 되어 저녁나절이면 연일 38, 9도의 열이 계속되었습니다. 전부터 조금씩 마르기 시작한 몸이 급속도로 쑥 빠져 반달 정도 사이에 몰라보게 수척해져서 후미코와 질펀하게 즐기며 소란을 떨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별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세워진 남향집인데, 인쿄는 햇빛이 잘 드는 10첩짜리 큰방에 기거했습니다. 밝은 툇마루 쪽에 머리를 두고 누운 인쿄는 하루 종일 이불 속에 있거나 삼시세때 식사 시간 외에는 일어날 기력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끔씩 각혈을 하고 나면 새파란 이마를 천장으로 향한 채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이미 각오를 한 듯한 비장한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가마쿠라의 **병원의 S라는 의사가 하루 걸러 왕진을 와서는,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군요. 이렇게 열이 안 내려가면 의외로 빠를지도 모르며, 그렇지 않더라도 일년은 못 갈 것입니다> 하고 후미코에게 살며시 주의를 주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세가 악화되자 노인은 차츰차츰 신경질적으로 변해 식사 때 음식의 간이 맞지 않다며 잔심부름을 하는 오사다를 붙잡고 자주 야단을 치곤 했습니다.

 「이렇게 달아서 어디 먹겠냐구! 넌 나를 환자로 여겨 병신 취급을 하고 있는 게냐…….」

 인쿄는 얼굴을 찡그리며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험악스런 말을 내뱉고는,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다느니 조미료가 너무 과하다느니 이런 저런 생트집을 잡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원래 몸 상태에 따라 혀의 감각도 달라지는 법이라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여도 환자 맘에 들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인쿄는 드디어 발작을 일으켜 끼니때마다 오사다를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인쿄의 타박이 너무 심해지면 후미코는 늘 이런 식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또 그런 당치도 않은 말씀 하고 계시네. 음식이 맛이 없는 건 오사다 탓이 아니잖아요. 당신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잖아요. 환자 주제에 아무 말이나 막 하고 있네. 오사다! 상관없으니 치워라. 그렇게 맛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 뭐.」

 그녀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나면 마치 괄태충이 소금을 맞은 것 처럼 풀이 죽어 노인은 쓱 사라질 듯이 슬며시 눈을 감고 얌전해집니다. 이럴 때 후미코는 마치 맹수 사육사가 으르렁거리는 호랑이나 사자를 다루는 분위기여서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가슴이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막무가내 인쿄에게 어느새 이 정도의 권위를 휘두르게 된 후미코는 그때부터 가끔씩 환자를 내버려둔 채 별장을 비우고 어디론가 사라져서는 반나절이나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여보, 잠깐 물건 사러 도쿄에 다녀올게요.」

 이렇듯 혼자말처럼 지껄이고는 인쿄가 좋다 싫다는 대답이 없어도 개의치 않고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장에 가는 것치곤 화장이나 옷매무시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 몸치장을 하고는 쏙 나가 버리는 것입니다. 후미코의 이런 난행(그렇습니다. 그것은 난행임에 틀림없습니다. 인쿄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그녀는 적지 않은 재산을 챙겨 배우였던 T씨와 결혼했습니다만, 필시 그때부터 사람들 눈을 피해 그 남자와 만났겠지요.)은 대단히 방약무인 격이었지만 본가나 친척들은 옛날부터 인쿄의 치정에 정나미가 떨어졌기 떄문에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늘내일을 알 수 없는 병상에 누운 노인이 지금에 와서 박정한 첩에게 학대당하는 운명에 빠진 것도 자업자득이니 도리가 없다는 식으로 친척들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후미코 입장에서 보면 젊은 나이에 그만한 미모를 갖고 해골이나 다름없는 노인 옆에 붙어 매일매일 단조로운 바다빛만 지켜보며 하루하루를 지낸다는 것도 참으로 심사가 뒤틀리는 일이었겠지요. 처음부터 애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을 테니, 이렇게 인쿄가 친지에게 버림받고 거동도 못하는 큰 병에 걸린 것을 호재로 삼아 빼낼 수 있는 것은 모두 빼내 이제 기회다 싶어 인쿄의 죽음을 채 기다리지 못하고 본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후미코는 닷새에 한 번 정도 반드시 모습을 감추어 버렸습니다만, 그런 날따라 환자는 특히 기분이 안 좋아집니다. 후미코가 뭐라 한마디만 하면 형편없이 위축이 되어 고양이처럼 얌전해지는 주제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불끈불끈 화를 내며 식모에게 애매한 화풀이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화풀이를 하다가도 후미코가 돌아오는 게다 소리라도 들리면, 인쿄는 갑자기 꾸중을 멈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는 척해 버립니다. 그 태도의 변화가 너무나도 이상해서 식모인 오사다도 웃음을 터뜨리지 않고는 못배겼던 것입니다.

 별장에는 인쿄와 후미코 외에도 잔심부름을 하는 오사다와 찬모인 오산돈과 목욕탕 일을 돌보는 남자 도합 다섯 명이 살고 있었습니다. 후미코는 지금까지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를 간호한 것은 주로 오사다 한 사람이었습니다. 의사는 간호원을 두라고 권했지만 인쿄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인쿄는 지금도 가만히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도 못하는 몸이면서, 아직도 그 비밀스런 버릇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간호원이 있으면 즐거움에 방해된다고 생각했겠지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발을 가진 후미코와 저와 오사다 세 사람 뿐입니다. 저는 인쿄가 가마쿠라로 이사한 뒤, 후미코보다는 오히려 후미코의 발이 그리워 계속 별장에 놀러 갔습니다. 후미코도 그렇게 매일 외출을 나갈 수도 없었고 말벗도 없어 심심해하던 차에 제가 찾아가면 언제나 대개 환영해 주었습니다. 저는 학교를 빠지고 2,3일 내리 별장에서 묵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미코 이상으로 제 방문을 환영한 사람은 인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 제가 없으면 인쿄는 그 비밀스런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병상에 누운 그에게 저의 존재는 후미코와 동일한 정도로 필요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등뒤에 욕창이 생긴 상태로 변소에도 못 가는 몸이 되어버린 까닭에 더 이상 개 흉내도 못 내고 가끔 후미코의 발을 보면서 자신은 어떻게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예의 그 걸상을 자기 머리맡에 갖다 놓게 하여, 후미코를 거기에 앉히고 저에게 개 흉내를 내게 하면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 그것을 바라보는 인쿄는 쇠약한 체력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강한 자극을 느껴 마치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쾌감에 빠졌으리라 생각됩니다. 동시에 개 흉내를 내는 저 자신도 인쿄와 똑같은 자극을 받았고, 동일한 쾌감의 순간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기꺼이 인쿄의 부탁에 응했습니다. 때때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제가 자진해서 흉내를 연출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광경 하나하나는 지금 이 얘기를 쓰면서 회상해 보아도 정말이지 생생히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후미코의 발이 제 얼굴 위를 밟아 줄 때의 그 기분, 그때 저는 밟히고 있는 제 쪽이 그걸 넋을 잃고 보는 인쿄보다도 확실히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컨대 저는 인쿄의 대역이 되어 후미코의 발을 숭배하고 신성시하는 짓거리를 그의 눈앞에서 숱하게 해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후미코쪽에서 보면 두 남자가 자신의 발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이 세상에는 얼빠진 놈들도 다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인쿄의 광란 증세는 저라는 적당한 짝을 찾아낸 까닭에 폐결핵의 증세와 더불어 나날이 심해 갔습니다. 그 가련한 노인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데에는 제게도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쿄는 이윽고 제 짓거리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도 어떻게든 후미코의 발을 만져보고 싶다고 애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후미코, 제발이지 네 발로 내 이마를 잠깐 밟고 있어 다오. 그래만 준다면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다…….」

 가래가 가르랑 거리는 목으로 인쿄는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숨을 헐떡이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후미코는 아름다운 미간을 찡그리며 유충을 밟았을 때처럼 언짢은 표정으로 환자의 시퍼런 이마 위에 그 보드라운 발바닥을 잠자코 얹는 것입니다. 빛깔이 곱고 싱싱하며 기름기가 자르르 감도는 발 아래에 뼈만 앙상한 볼을 세우고 조용히 눈을 내리감는 환자의 얼굴, 그 흙빛을 띤 무표정한 병자의 얼굴은 아침 해에 녹아 가는 얼음 알갱이처럼 무한한 은총에 감사하면서 쌔근쌔근 잠자는 듯이 죽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느 때는 그렇게 한 채 말라 빠진 양손을 가만히 머리 위로 가져 가 후미코의 발등을 만져보는 일도 있었습니다.

 의사의 예언대로 금년 2월이 되자 인쿄는 결국 위독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의식은 제법 또렷해 때때로 생각이 난 듯 후미코의 발 얘기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식욕은 완전히 잃었지만 그래도 후미코가 우유라든지 수프 따위를 면헝겊 조각이나 뭔가에 적혀 발가락 사이에 끼워 입 쪽으로 가져 가면 환자는 그것을 탐욕스럽게 언제까지나 핥아댔습니다. 이 방법은 처음에 인쿄가 생각해 냈는데, 병이 깊어지고 나서는 줄곧 그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먹여 주지 않으면 누가 무엇을 갖고 와도 일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후미코도 손을 쓰지 않고 발로 해야 했습니다.

 임종날에는 후미코도 저도 아침부터 머리맡에 내내 붙어 있었습니다. 오후 3시경에 의사가 와서 강심제 주사를 놓고 돌아간 뒤 인쿄는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낮은 어조였습니다만, 확실한 발음으로 얘기했습니다.

 「아, 아, 이젠 틀렸어…… 이제 곧 숨을 거둘 거야……. 후미코, 후미코, 내가 죽을 때까지 발을 얹어 다오. 나는 네 발에 밟히며 죽는다…….」

 후미코는 예전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잠자코 환자의 얼굴 위에 발을 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녁 5시 반에 인쿄가 숨을 거둘 때까지 정확히 두 시간 반 동안 계속해서 밟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서 있어 발이 피곤하면 머리맡에 걸상을 놓고 앉아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가면서 얹어 놓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인쿄는 딱 한 번 <고맙군……> 하고 희미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후미코는 역시 잠자코 있었습니다.

 <별도리 없지 뭐. 이젠 이것으로 끝이니까 참고 있어 주지……> 라고 말하는 듯한 엷은 웃음이, 제가 그렇게 생각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입가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했습니다.

 죽기 30분 정도 전에 니혼바시의 본가에서 달려온 딸 하쓰코는 그 이상야룻하고 게걸스럽고 우스꽝스럽고도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는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부친의 마지막을 슬퍼하기보다는 오히려 민망한 듯이 얼굴을 숙이며 앉아 있기 힘든 듯 몸이 굳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미코는 태연히 부탁받은 대로 그러고 있는 것이라며 노인의 이마에 발을 얹고 있었습니다. 하쓰코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만, 후미코는 후미코대로 본가 사람들에 대한 반감에서 그들을 우습게 여길 생각으로 일부러 그렇게 고집을 부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고집이 뜻밖에 환자에게는 더없는 자비를 가져다 준 셈이었지요. 후미코가 그렇게 해준 덕분에 노인은 무한한 환히 속에서 숨을 거울 수 있었습니다. 죽어 가는 인쿄에게는 얼굴 위에 있는 아름다운 후미코의 발이 자신의 영혼을 맞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자색 구름으로 보였겠지요.


 선생님!
 쓰카코시 노인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을 맺겠습니다. 저는 그저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릴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길어져 장황한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의 서툴고 장황한 얘기 때문에 다소나마 선생님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것을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인쿄의 얘기는 결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일까요? 예를 들면 뿌리깊은 인간의 성정이라 할 수 있는 것, 그러한 암시가 이 얘기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 문장은 지극히 졸렬하지만, 선생님의 붓으로 거기에 분식(紛飾)을 가해 고쳐 주신다면 이상의 얘기만으로도 훌륭한 소설이 완성되리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끝으로 진심으로 선생님의 문필이 나날이 번창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다이쇼(大正) 8년 5월 모일
다니자키 선생님께
노다 우노키치.
by Hazhi | 2007/05/18 22:24 | 공부생활(*´ェ`*) | 트랙백
후미코의 발<3>

후미코의 발<1> 후미코의 발<2> 에 이어집니다.

 제가 인쿄의 주문대로 후미코에게 이 포즈를 취하게 하여 유화로 그려낸다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졸렬한 실력을 시험해 본다 한들 어찌 구니사다의 판화와 같은 아름다운 효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서양화의 사정을 모르는 인쿄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비위 좋은 주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마 인쿄는 무채색의 목판 인쇄 그림도 이렇듯 생생한 아름다움을 살려내는데, 살아 있는 인물을 모델로 하여 이 그림을 유화로 그린다면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증폭되겠는가, 이런 식으로 생각했겠지요. 판화니까 그렇게까지 면밀히 그려 낼 수 있었지, 유화로 그와 똑같은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재능과 천부적인 소질과 숙련 없이는 안 된다는 이유를 제가 간절히 설명드리고 질릴 정도로 사양 했습니다만, 아무리 얘기해도 인쿄는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습니다. 방 한가운데 여름에 평상으로 사용하는 듯한 대나무 걸상을 갖고 와서 거기에 후미코를 앉히더니 그녀가 발을 닦고 있는 모습을 꼭 그려 달라는 것입니다. 잘 드리든 못 드리든 어차피 자기는 잘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모델의 모습과 닮게만 그려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으니 아무튼 그려만 주면 돈은 얼마든지 지불하겠다며 몇 번이고 머리를 숙여 실로 집요하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저,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게. 부디 한 번만 부탁하네. 부디 응?」

 이렇게 말하는 인쿄는 <두꺼비 입>이란 별명이 붙은 큰 입가에 예의 기분 나쁜 웃음을 히죽히죽 지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미적지근한 어조로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지극히 딱 부러지고 세상 물정에 익히 통달한 인쿄에게 그렇게 집요한 일면이 숨어 있다는 걸 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쿄에게 이렇듯 지근덕지근덕하고 사람 발 밑에 친친 들러붙는 듯한 끈질긴 구석이 있었다는 전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그때 인쿄의 표정은 참으로 이상야릇했습니다. 말투나 태도 등은 평소와 그리 다를 바가 없었지만, 어느샌가 눈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저에게 말을 걸면서도 뭔가 계속 다른 사물을 주시하는 것 같은, 눈동자가 눈구멍 밑으로 흡착되어 가는 듯 이상하게 핏발이 선 그런 눈매였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머리 속이 갑자기 뒤죽박죽이 되어 미친 듯한 그 신경이 그쪽을 엿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눈매 속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숨어 있음에 틀림없었습니다. 친척들이 인쿄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원인이 혹 이런 눈매의 그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저는 갑자기 그런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동시에 온몸이 오싹하는 충격에 사로잡혔습니다. 

 특히 저의 이 직감에 힌트를 준 것은 그때 후미코의 태도였습니다. 후미코는 인쿄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또!> 하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양미간을 찌푸리며, <아유, 좀……> 하며 혀를 찼습니다. 그리고는 응성받이를 꾸짖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하며 인쿄를 노려보았습니다.

 「뭐예요, 당신? 우노 씨가 안 된다는데 그렇게 무리하게 얘기해도 소용없는 일 아니에요? 정말이지 당신처럼 뭘 모르는 양반은 없을 거예요. 우선 방 한가운데 걸상에 걸터앉아 그런 번거로운 흉내를 내는 일 따윈 제가 당장 그만두겠어요.」

 그러자 인쿄는 이번엔 후미코에게 누차 애원하기도 하고 치켜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여러모로 기분을 맞추며 제발 걸상에 앉아 발을 닦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부탁할 때도 얼굴은 싱글벙글거리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더욱 심하게 핏발이 서 있었습니다.) 저는 제 일은 어떻든 간에 후미코에게 동정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구니사다 그림은 어떤 여자의 한 순간의 동작을 포착해 그린 것이라 그런 포즈를 취하는 모델에게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필시 이 자세를 3분 동안 계속 취하고 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구는 후미코가 의외로 쉽사리 인쿄의 간청을 받아들여 걸상에 걸터앉은 데에는 필시 뭔가 깊은 사연이 있으리라고 저는 조심스레 추측했습니다. 만약 후미코가 계속 싫다며 허락하지 않았다면 인쿄의 미친 눈빛이 점점 더 심해져, 나중에는 이상한 데가 눈뿐만 아니라 어떤 언동으로 이어져 발작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두려워 한 까닭에 그녀가 자기를 꺾지 않았을까? 저는 왠지 그런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정말이지 우노 씨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사람은 정상이 아니라 어떻게 손을 써볼 도리가 없군요. 그릴 수 있든 없든 관계없으니 본인의 직성이 풀리도록 흉내만이라도 내주세요.」

 후미코가 걸상에 걸터앉으며 이런 말을 내뱉었기 때문에 저는 더욱더 제 추측이 적중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아무튼 해보죠.」

 저도 어쩔 수 없이 이젤 앞에 섰습니다. 물론 진지하게 그런 결심을 한 것이 아니라, 후미코의 뜻에 따라 인쿄에게 거역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것뿐입니다. 

 이윽고 후미코는 인쿄가 내민 구사조우시 속의 여자를 흉내내어 왼팔을 걸상에 대고 <く자> 모양으로 구부린 오른발의 발가락 끝을 오른손으로 잡아 올려 원화와 조금도 다름없는 자세를 취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말씀드리는 것만으론 도저히 그때 저의 놀라움이란 글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후미코가 걸상에 걸터앉아 자세를 취하자마자 금세 구니사다가 그린 여자로 변해 버렸다고 말씀드리는 쪽이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는 아까 그 자세에서 그 정도의 교태를 그려내는 데는 타고난 요염함과 늘씬한 몸매를 갖춘 여자가 아니면 힘들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말은 뜻밖에 후미코의 나긋나긋한 손발을 형용한 가장 적절한 말이 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후미코처럼 멋들어진 몸매를 가진 여자가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쉽게, 그렇게까지 완벽히 원화의 여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후미코는 기생 시절 춤을 아주 잘 추었다고 합니다만, 정말이지 그 말은 사실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통 모델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까다로운 자세를 취하면서도 저렇듯 우아하고 단아하게, 게다가 자유자재로 몸을 놀릴 수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잠시 얼빠진 사람처럼 멍청히 그림속의 여자와 후미코를 몇번이나 비교해 보았습니다. 어느쪽이 그림이고, 어느쪽이 인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교해 보았습니다. 후미코의 몸매와 그림 속 여자의 몸매, 후미코의 왼팔과 그림 속 여자의 왼팔, 후미코의 왼쪽 검지발가락 끝과 그림 속 여자의 왼쪽 검지발가락 끝……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비교해 가보니 어느쪽도 똑같은 부분에 똑같은 힘이 서려 있고 똑같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장황스러운 것 같지만 후미코의 몸매가 얼마나 요염했는지 여기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여자 모델이라도 이 그림 속의 여자와 같은 자세를 흉내내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자세를 흉내내는 것 다음에 가냘픈 근육 곡선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힘을 똑같이 표현하는 것은 후미코가 아니면 흉내낼 수 없습니다. 저는 후미코가 그림 속의 여자를 흉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여자가 후미코를 흉내낸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구니사다는 후미코를 모델로 삼아 이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구사조우시의 삽화 중에서 인쿄가 특히 이 그림을 골라 후미코에게 적용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어재서 이 자태가 그토록 인쿄 마음에 든 것일까? 인쿄의 열망의 도(度)가 격렬했던 만큼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포즈를 취하면 후미코의 요염한 몸매가 평범한 자세를 취할 때보다 한층 더 돋보이는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인쿄가 그렇게 미친 듯한 눈빛을 할 정도로 푹 빠져 열중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인쿄의 그 <눈빛>에 대해 어떤 의혹을 품기 시작한 저는 이 포즈 속에 분명 뭔가 인쿄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 숨어 잇을 거라고 재빨리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보통 자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여인의 곡선 일부가 드러났다고 한다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벌어진 기모노 옷자락에서 흘러 나온 양다리의 움직임, 정확히 정강이에서 발톱 끝에 이르는 부분의 곡선에 있을 겁니다.

 저는 원래 어릴 때부터 젊은 여자의 단아한 발을 볼 때마다 이상한 쾌감을 느꼈던 인간이기 때문에, 실은 벌써부터 후미코의 멋들어진 맨발의 곡선에 황홀해 있었습니다. 껍질만 벗기고 칠하지 않은 쭉 뻗은 나무를 정성스레 깎아 놓은 듯한 정강이가 아래로 내려갈 수록 점점 가늘어져 발목 부분에서 일단 꽉 조여진 다음 완만한 경사를 이루머 부드러운 발등으로 이어지고, 그 경사 끝 부분에 다섯개의 발가락이 새끼발가락에서 조금씩 앞으로 쭉 뻗어 가다가 엄지 발가락 끝을 목표로 하여 죽 늘어서 있는 형태는 후미코의 얼굴 생김새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후미코와 같은 <생김새>는 세상에 다소 있지만, 이렇게 단아하고 멋진 <발>은 지금껏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발등이 너무 평평하거나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가 너무 벌어져 그 틈새가 보이는 발은 추한 용모와 마찬가지로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후미코의 발등은 적당히 살이 붙어 있고, 발가락 다섯 개가 영어의 m자와 같은 형태로 착 달라붙어 치열처럼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습니다. 쌀떡을 발 모양에 맞춰 찍어 그 끝을 가위로 동강동강 자르면 바로 이런 발가락이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발가락들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가락 하나하나를 떡 모양새에 비유한다면 그 끝에 붙어 있는 귀여운 발톱은 무엇에 비교하면 좋을까요? 바둑알을 늘어 놓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 바둑알보다 애교 있고 훨씬 오밀조밀합니다. 세공의 장인이 진주 자개를 얇고 가늘게 도려내 그 한 조각 한 조각을 정성을 다해 간 다음 핀셋이나 그 무엇으로 살짝 끝을 집어 박는다면 아마도 이런 멋들어진 발톱이 완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것을 대할 때마다 저는 새삼스레 조물주가 인간 한 명 한 명을 만드는 데 얼마나 불공평했는가를 느낍니다. 보통 짐승이나 인간의 발톱은 <나 있는> 것이지만, 후미코의 발톱은 <나 있는> 것이 아니라 <박혀 있는> 것이란 표현이 적합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후미코의 발가락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나하나 보석을 꿰차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그 발가락을 발등에서 잘라 내 염주알로 엮는다면 정말이지 근사한 여왕의 목걸이가 되겠지요. 

 그 두 발이 그저 아무렇게나 지면을 밟거나 혹은 다다미 위에 내던져져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장엄한 건축물에 맞설 만한 미관을 부여합니다. 게다가 왼쪽은 옆으로 살짝 넘어지려고 하는 상반신의 영향을 받아 힘있게 아래로 쭉 뻗어 가다가, 지면에 겨우 닿아 있는 엄지발가락 하나가 다리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며 발가락 끝으로 땅을 디디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발등에서 다섯 발가락 전부가 피부를 팽팽히 당기고 있는 동시에, 어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두려워 오싹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움츠리고 있는 것입니다. (표정이란 말을 쓴 것이 이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발에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이 많은 여자나 냉혹한 인간은 발의 표정을 보면 금방 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정확히 그 무엇인가에 위협당하여 막 날아가려는 작은 새가 날개를 바싹 오므린 채 온 배로 숨을 모으고 있는 찰나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그 발은 발등을 활 모양으로 쫙 구부리고 있어 발바닥의 부드러운 살이 겹친 모습까지 모조리 볼 수 있습니다. 발바닥 쪽에서 보면 오므린 다섯 발가락의 머리가 조개관자를 늘어놓은 듯 고르게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발은 오른쪽으로 지상에서 두세 척 정도 위로 당기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발이 웃고 있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배를 쥐고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의아한 얼굴을 하시겠지요? 그러나 저는 <웃고 있다>는 말 이외에 달리 그 오른발의 표정을 묘사할 말을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 발이 어떠한 형상을 하고 있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새끼발가락과 둘째발가락 두 개를 잡아당겨 허공에 매어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세 개의 발가락이 각각 사이가 벌어져, 마치 발바닥이 간지러울 때처럼 묘하게 교태를 부리며 뒤틀려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발바닥이 간지러울 때, 발등과 발가락은 종종 이런 표정을 보입니다. 간지러울 때의 표정이니까 웃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겠지요. 제가 교태를 부리고 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발가락과 발등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한껏 젖혀져 그 경계의 관절에 깊은 파임이 있는 형태, 즉 발가락 전체가 와카자리(둥글게 짚을 엮어 상록수 잎 따위를 붙이고 몇 오라기의 짚을 드리운 설날의 장식물로 대문이나 실내에 달아 둠)의 새우처럼 휜 형태, 그것은 보는 사람의 눈에는 일종의 교태를 부리는 것 처럼 보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후미코처럼 춤에 소양이 있어 몸 전체의 관절이 자유자재로 하늘하늘 오므렸다 폈다 하지 못하면 도저히 그렇게 요염하게 뒤로 젖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농염한 모습의 여인네가 몸을 휘날리며 춤추는 듯한 교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동그스름한 발뒤꿈치입니다. 대개 다른 여자의 발은 복사뼈에서 발뒤꿈치에 이르는 선 사이에 주름이 있습니다만, 후미코의 것은 거의 한 점도 나무랄 곳이 없습니다. 저는 몇 번이나 필요 이상으로 후미코의 뒤로 가서 앞에서는 충분히 관찰할 수 없는 발뒤꿈치의 곡선을 살며시, 그러나 머리 속이 타버릴 정도로 뚫어지게 탐닉했습니다. 밑에 어떤 뼈가 있으며, 거기에 어떤 식으로 살이 감싸고 있기에 저리도 부드럽고 원만하며 윤기 도는 뒤꿈치가 되었을가요? 후미코는 태어나서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이 뒤꿈치로 다다미와 이불 외에 그 어떤 딱딱한 것도 밟아 본 적이 없었겠지요? 저는 한 남자로 태어나 살기보다는, 이렇듯 아름다운 뒤꿈치가 되어 후미코의 발 뒤에 붙을 수 있다면 그쪽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미코의 발뒤꿈치에 밟히는 다다미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의 생명과 후미코의 발뒤꿈치 중 이 세상에서 어느쪽이 더 존귀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일언지하에 후자 쪽이 존귀하다고 대답할 겁니다. 후미코의 뒤꿈치를 위해서라면 저는 기꺼이 죽을 수 있습니다.

 이성의 발에 대한 저의 이런 마음 - 아름다운 여자의 발만 보면 어느샌가 억누르기 힘든 동경의 정념이 불타 올라 그 발을 신처럼 숭배하려는 불가사의한 심리 작용 - 의 작용은 어릴 적부터 저의 가슴속 깊숙한 곳에 잠재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마음에도 꺼림칙하고 병적이라는 것을 깨달아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노력해 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이런 이상야릇한 심리 작용을 느끼는 인간이 단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 세상에서는 이상의 발을 갈앙(渴仰)하는 배물교도(拜物敎徒) 즉 풋 페티시스트(Foot-Fetishist)라 불리는 사람들이 저말고도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아주 최근에 어느 책에서 읽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나의 동지가 어딘가 한 사람 정도는 있겠지 하고 내심 조심스럽게 찾고 잇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이 쓰카코시 인쿄가 나타나 제 동지가 된 것입니다. 저와는 달리 인쿄는 새로운 심리학 책을 읽었을 리 만무하고, 물론 풋 페티시즘이라는 단어를 알 리 없으며 자신의 동지가 이 세상에 많이 있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필시 제가 어릴 적에 생각했던 것처럼 자신만이 그런 께름칙한 성벽(性癖)을 숭상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겠지요? 특히 저와 같은 청년이라면 또 몰라도 솔직담백한 에노내기임을 자처하는 인쿄의 가슴속에 그런 근대적인 병적 신경이 깃들여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시대 착오니까 말입니다. <나같이 세상 물정에 통달한 사람이 어째서 이런 이상야릇한 병이 있는 걸까?> 라고 인쿄는 정히 눈썹을 찡그리며, 분명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꽤나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일이라고 걱정했을 겁니다. 만약 제가 같은 병을 앓고 있지 않고 미리 의심의 눈으로 인쿄의 거동을 관찰하지 않았다면, 인쿄는 아마도 제게 영원히 마음속의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부터 노인의 거동에 어딘지 모르게 심상치 않은 점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저는, 그가 때때로 훔치듯 후미코의 발 모양을 보고 있는 눈빛을 참으로 괴이하게 느꼈습니다.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후미코 씨의 발 모양새는 참으로 빼어나군요. 저는 매일 학교에서 여자 모델을 보아 왔습니다만, 이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발은 지금껏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며 일부러 인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자 인쿄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 특유의 기분 나쁜 눈알을 번뜩이며, 언짢음을 억누르는 듯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제 쪽에서 적극적으로 발 곡선이 여체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중대한 요소인가를 설명하며 아름다운 발을 숭배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감정이라는 얘기를 꺼내자, 인쿄는 점점 안심하는 빛을 보이더니 조금씩 꼬리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저 어르신, 제가 아까 반대는 했습니다만, 어르신이 후미코 씨에게 그런 자세를 취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 자세를 취하면 발의 아름다움이 유감없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어르신도 그림에 대해 전혀 모르신다고는 할 수 없네요.」

 「아니, 고맙네. 자네가 그렇게 말해 주니 나도 참으로 기쁘네. 뭐 서양 것에 대해선 모르지만 일본 여자란 옛날엔 모두 발이 예쁜 것을 자랑으로 여겼지. 그러니까 이것 좀 보라구. 구막부 시대의 기생들은 모두 발을 보이고 싶어 한겨울에도 결코 버선을 신지 않았지. 그게 멋들어지고 좋다며 손님이 모두 기뻐했는데, 지금 기생은 방에 들어올 때 버선을 신으니 정말이지 옛날과 뒤바뀌었다니까. 게다가 요즘 여자들은 발이 추해 버선을 벗고 싶어도 벗지 못하는 게야. 그래서 난 이 후미코의 발이 드물게 아름다워 어느 때건 간에 결코 버선을 신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지.」

 그러면서 인쿄는 뿌듯함에 턱을 치켜 들며 우쭐해했습니다.

 「자네가 그 기분을 알아주니 난 더 이상 할말이 없구먼. 그림을 잘못 그려도 상관 말게. 그러니까 혹 귀찮으면 쓸데없는 곳은 그리지 않아도 좋으니 발만이라도 정성스럽게 그려 주면 좋겠네.」

 결국에는 우쭐대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얼굴만 그려 달라는 것이 당연하건만, 인쿄는 발만 그려 달라는 것입니다. 그가 저와 똑같은 병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은 이제 이 한마디로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습니다.

by Hazhi | 2007/05/17 21:27 | 공부생활(*´ェ`*) | 트랙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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